2D 2.5D NOTICE GUEST

 “불편하겠지만 어차피 며칠 뿐이니 괜찮겠지?”


 스티브가 제 집을 살펴보듯 두리번거리는 로키를 보며 말했다. 둘이 서있는 곳은 다름아닌 스티브의 집이었다. 물론 쉴드에서 제공해준 집이었고, 지금까지는 스티브 혼자 지내고 있었다. 혼자는 물론이고 서너명이 살아도 부족함이 없을 법한 집이라 객식구가 한 명 늘어나는 것쯤은 문제 없었다. 그 상대가 그 누구도 아닌 로키라는 점이 놀랍기는 했지만.


 아스가르드로 돌려 보내졌던 로키가 다시 이 지구의 땅을 밟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로키의 힘이 필요한 일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이미 한 번 외계의 습격을 받았던 지구는 그 이후로 온 우주의 타겟이라도 되었는지 끊임없이 적의 침입을 받았다. 대부분은 어벤져스가 해결할 수 있었지만 게중엔 상대하기 어려운 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 적은 지금 지구에 있었다.


 스티브를 비롯한 모두가 열심히 싸웠지만 적의 수가 너무 많았다. 미처 처리하지 못한 개체가 번식하듯 늘어나면서 여기저기 자잘한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결국 쉴드는 고민 끝에 로키를 다시 부르기로 했다. 로키를 다시 불러내는 것은 리스크가 상당한 일이었지만 이대로 두었다간 온 세계가 멸망할지도 모르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오랜 고민 끝에 모두 달갑지 않은 얼굴로 동의를 했고, 토르는 단숨에 훌쩍 날아 로키를 데려 왔다.


 내가 왜 지구 따위를 도와야 하냐고 비꼴 줄 알았던 로키는 의외로 큰 반항 없이 토르를 따라 왔다. 날뛰거나 저주를 퍼붓지도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모두를 둘러보며 피식 웃었을 뿐이었다.


 “나한테까지 도움을 청하다니 정말 재밌는 일이군.”

 “로키! 이건 결코 재밌는 사태가 아니네.”


 토르가 한마디 했지만 로키는 무시했다. 배너는 턱을 쓸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로키의 힘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우리 쪽의 준비도 아직 완벽하지는 않아요. 최소 이틀은 필요해요.”

 “그럼 이틀 동안 이 전 지구 침략자는 어디다 둘 셈이야? 설마 우리 집은 아니겠지?”

 “그 멍청한 타워에는 갈 마음도 없어.”


 멍청하다는 수식어에 토니가 발끈했다. 로키는 흥, 코웃음쳤다. 전세계에 득실거리는 적을 처리하기 위해선 로키의 힘이 필요한 게 사실이었지만, 이를 받쳐 줄 준비 역시 필요했다. 로키를 대체 어디에 두고 감시할 것인가에 대해 말들이 오가는 사이 잠자코 있던 스티브가 대뜸 말을 꺼냈다.


 “우리 집은 어떤가?”

 “……캡, 로키랑 같이 지내겠다고요?”

 “난 상관없네.”


 갑작스럽다면 갑작스러운 발언에 모두 당황했으나 곰곰이 따져 보면 그리 나쁜 선택지는 아니었다. 로키에 머물 공간은 필요했고, 동시에 그를 감시할 누군가도 필요했다. 그게 캡틴 아메리카라면 아무리 로키라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할 터였다. 토니는 결론을 내리기 전에 다시 한 번 스티브에게 물었다.


 “캡, 나처럼 가슴에 뭐라도 달고 있지 않으면 위험할 수도 있어. 미리 말해두는데 난 캡틴 아메리카랑 싸울 생각은 없거든.”

 “걱정 말게, 토니.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


 단호한 대답에 결국 로키는 스티브의 집에서 지내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지체할 것도 없이 스티브는 로키를 데리고 집으로 갔다. 스티브가 떠나기 전 토르는 혹시 몰라 스티브에게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었다. 아스가르드인만의 특별한 점 같은 것들을. 물론 지켜보던 로키는 그런 토르를 비웃었다. 난 거기에 태어나지 않았어. 로키는 이를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스티브는 그의 녹색 눈동자를 보며 비슷한 감정을 읽어 냈다.


 로키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얌전했고 말도 없었다. 스티브의 집을 구석구석 훑어 보던 로키는 의자를 잠시 노려보더니 조심히 엉덩이를 붙였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혹시 해서 하는 말이지만 로키, 다른 속셈이 있다면 그만두는 것이 좋을 거야.”

 “그럴 거면 수락하지도 않았겠지.”


 그건 맞는 말이었다. 허나 로키에게 아무런 꿍꿍이가 없다고 확정짓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말없이 로키를 물끄러미 보던 스티브는 이내 로키가 쓸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로키는 가만히 앉아서 그 모든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제외하면 매우 조용하고 쓸쓸한 집이었다.


 “……사람이 사는 집 같지 않군.”


 넓다면 넓은 공간에 생활의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이 새것과 다름 없는 모습이었고, 구석엔 풀지 않은 짐까지 있었다. 로키는 스티브가 이곳에서 어떻게 지냈을지 짐작했다. 그저 추측일 뿐이지만 너무 익숙한 그림이었다. 로키는 혼자인 감각을 잘 알았다.


 “군인.”


 자리에서 일어난 로키는 대충이나마 방을 정리하고 있는 스티브에게로 다가갔다. 스티브가 눈썹을 찌푸리며 로키의 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로키는 더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할 말이 있는 것처럼 그렇게 잠자코 서서 스티브를 노려보기만 했다.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한참이나. 결국 먼저 입을 연 것은 스티브였다.


 “눈싸움이라도 하고 싶은 건 아니겠지.”

 “웃기는 소리.”


 로키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로키는 하려던 말을 그냥 삼키고 말았다. 대신 이런 자신을 집에 들이고자 할 정도로 외로워하는 군인을 가엾게 여겼다. 그건 스스로를 동정하는 것과는 같은 일이라 로키는 조금 입이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