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 2.5D NOTICE GUEST

 “유키, 여자랑 그만 놀아. 자꾸 번거로운 일이 생기잖아.”

 “내가 만드는 게 아니야. 그쪽이 만드는 거지.”

 “받아주지 않으면 애초에 일어나지도 않는다고!”

 “그럼?”

 “뭐가 그럼이야. 그러면 어떻게 하냐고 묻는 것처럼 바라보지마.”


 반리의 말에도 유키는 여전히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개만 아주 살짝 움직여 반리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쭉 훑어내렸다. 아, 이건 위험하다. 반리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유키가 이런 모습을 할 때면 꼭 폭탄 같은 말을 내뱉곤 했으니까.


 “반은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

 “뭐, 어느 정도는.”

 “그럼 해 봐.”

 “……뭘?”


 한 박자 느린 대답에 유키의 입꼬리가 스르륵 올라갔다. 이렇게 제멋대로에 진심도 아닌 청년에게 왜 사람들이 그토록 몰려드는지 단번에 알 수 있는 매혹적인 미소였다. 호기심을 담은 눈이 가늘게 휘어진다. 이런 얼굴을 보고도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겠지, 반리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나를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보여줘.”

 “내가 왜?”

 “궁금하니까.”


 뻔뻔한 태도는 유키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동시에 매력이었다.


 “……그래서 뭐가 알고 싶은 건데.”


 의자에 앉아 있던 유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대로 성큼성큼 다가와 반리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꾸욱 밀쳤다. 강한 힘도 아닌데 반리는 그대로 뒷걸음질쳤다. 손에 들고 있던 자료가 바닥 위로 흩어졌다. 유키는 아예 그것들을 밟으며 반리를 벽까지 쭉 밀어붙였다. 고양이가 장난감을 발견했을 때처럼 재밌는 표정을 짓고 있다. 혀를 살짝 내어 입술을 핥는 동작이 외설스럽기까지 했다.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반리가 그런 유키의 어깨를 붙잡은 것도 모두 그런 분위기 탓이었다.


 “번거로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반이 해주면 되잖아.”

 “막무가내도 정도가 있지…….”

 “응해주고 있으면서.”


 결국 반리를 끝까지 밀어 붙인 유키가 슬쩍 다리를 들어 반리의 허벅지 부근을 살살 눌렀다. 반사적으로 찌푸려지는 미간이 잘생겼다. 굳이 말로 하진 않지만 유키는 반리 역시 저만큼이나 잘생겼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런 얼굴을 잠자리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은 손해다. 제 영향으로 일그러지기도 하고, 흥분하기도 하는 얼굴이 보고 싶었다.


 반리는 가까워지는 얼굴을 막지 않았다. 스르륵 유키의 눈이 감겼다. 입술이 닿을 듯한 거리까지 와놓고 멈춰버리는 것이 유키답다고 생각했다. 유키의 이런 행동을 받아주는 것도 결국엔 반리의 역할이었다. 어깨를 잡은 손에 그대로 힘을 주곤 반리가 유키에게 키스했다. 흐응, 흘러나오는 소리는 노래를 부를 때처럼 감미로웠다. 가볍게 겹쳤던 입술은 이내 소리가 새어 나갈 틈도 없이 격해졌다. 입술을 아예 집어삼키며 반리가 몸을 돌려 유키를 벽 쪽으로 휙 밀쳤다. 안을 헤집을 때마다 바로 반응이 돌아왔다.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행동하는 유키와 달리 반리는 해야 할 일이 많았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긴 커녕 혼자서 빼는 일도 드물었다. 바쁘다 보니 애초에 그럴 생각이 잘 들지도 않았다. 오래 쉬었던 만큼, 고작 키스 하나에 번쩍 불이 붙었다. 입술이 떨어지자 유키가 후후 작게 웃었다.


 “빨라.”

 “나도 당황스러워…….”


 그렇게 말하면서도 반리는 유키를 침실로 이끌었다. 대충 입고 있던 옷을 바닥으로 내던지며 다시금 입을 맞췄다. 유키의 긴 손가락이 반리의 목덜미를 두드리듯 간지럽혔다. 입술 위로 몇 번이고 잘게 쏟아지는 입맞춤에 유키의 웃음 소리가 섞였다. 유키의 허리를 쓸어내리며 허벅지를 꽉 누르던 반리가 잠시 멈칫했다.


 “아. 유키, 콘돔 없는데 괜찮아?”

 “보기보다 매너가 없네.”

 “너한테 듣고 싶진 않은데 말이지.”


 곤란한 듯 웃는 반리의 미간에 유키가 살짝 키스했다. 역시 이 얼굴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여기서 멈추고픈 마음도 없었다. 건강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연약하지도 않다. 그리고 눈앞의 상대가 무작정 쑤시기만 할 남자로 보이지도 않았다.


 “이렇게 바짝 세운 주제에.”


 스르륵 손을 미끄러뜨리자 단단한 것이 금방 손에 잡혔다. 기둥을 슥 훑자 듣기 좋은 신음이 흘렀다. 양쪽의 합의가 이루어졌으니 더는 망설일 것도 없었다. 손이 벌린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어깨 위로 옅은 잇자국이 피었다. 터져나오는 더운 숨결을 삼킬 때마다 왈칵 열이 차올랐다. 둘 사이에 쏟아지는 것이 길고, 짙고, 깊었다.



  *



 “유키, 그만 좀 일어나.”


 반리가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움직이지 않는 덩어리를 쿡쿡 찔렀다. 그나마 미동도 없었던 몇 시간 전과 달리 지금은 끄으응 앓는 소리라도 들려왔다. 꾸물꾸물 이불을 내려 얼굴만 빼꼼 드러낸 유키를 향해 반리가 씩 웃어보였다.


 “좋은 오후.”

 “……그 웃는 얼굴 기분 나빠.”

 “난 유키의 그 얼굴 꽤 마음에 드는데?”


 장난스러운 말에 유키의 얼굴이 더욱 구겨졌다. 하하, 반리의 시원한 웃음이 허공에 퍼졌다.


 “어쨌든 일어나. 밥은 먹어야지.”

 “못 움직여.”

 “엄살 부리지 말고. 안 아픈거 다 알아.”

 “어떻게?”

 “어제 직접 체험했잖아? 유키에 대해선 잘 알고 있다고.”


 재수 없어. 뾰로통한 얼굴로 유키가 중얼거렸다. 반리가 한 말이 틀리지 않아서 더 그렇다. 처음도 아닐 뿐더러 잠도 푹 자서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아픈 건 아니었다. 오히려 상쾌한 기분마저 들었다. 앞으로든 뒤로든 그렇게까지 느낀 건 처음이었다. 파르르 떨며 헐떡이는 제 귓가에 반리가 끝까지 가도 좋다고 속삭였던 것이 아직 생생했다. 정말 끝까지 갔더니 아예 산뜻하구나. 새로운 깨달음과 함께 유키가 이불을 벗어 던졌다.


 “유키가 좋아하는 걸로 준비했어.”


 기다렸다는 듯 반리가 손을 내밀었다. 답지 않은 에스코트엔 그 나름대로의 마음이 담겨 있었기에 유키는 거절하지 않고 그 손을 꽉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