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 2.5D NOTICE GUEST


 “아츠시가 잘 따른다고 하길래 흥미도 좀 있었지.”

 “…아츠시가 그런 면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펫은 아니라고 보는데.”

 “아무래도 아츠시는 다루기 어려우니까 말이야. 요령만 잘 안다면 어렵지 않지만.”


 히무로는 아카시의 말투가, 아니 정확히는 무라사키바라를 칭하는 수식어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정작 무라사키바라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테이블 위에 가득 쌓인 과자더미에만 집중하고 있는 무라사키바라를 바라보던 히무로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아츠시에게 용건이 있는거라면 내가 자리를 피해주면 되는건가?”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아츠시와 더불어 너도 만나보고 싶었으니까.”

 “…어?”


 히무로가 어색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본 아카시의 눈이 만족스러운 빛을 띄었다. 물론 오늘이 초면인 히무로는 그것을 알 리 없었으나 오랜 시간 함께한 무라사키바라는 눈치챌 수 있었다. 그렇다고 딱히 입을 연 건 아니었지만.


 “언제 한 번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보고 싶군.”

 “내 생각엔 우리 사이엔 별로 얘기할 거리가 없는 것 같은데….”

 “정 그러면 아츠시 얘기라도.”

 “지금 아츠시는 요센의 선수지, 테이코 선수가 아니야.”


 너무 일일히 신경쓰지 말라는 뜻으로 히무로가 아카시를 노려보았다. 그 의도를 바로 눈치챘는지 아카시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슬쩍 돌렸다. 답을 피하는 아카시를 보고 히무로는 조금 짜증이 났지만 초면인 상대에게 마구 쏘아붙이는 것도 이상해서 그냥 입을 다물었다.


 “나도 일이 없는건 아니라서 그만 일어나도록 하지. 그리고….”

 “무로칭, 이거 먹어도 돼?”

 “어? 아, 아츠시, 아까 많이 먹었으니까 조금만 먹어.”

 “그치만 다 먹고 싶은데.”

 “가져가서 이따 밤에 먹어도 되잖아.”

 “…하하. 역시 재밌군.”

 “…무슨 말이지?”

 “아무것도 아니야.”


 적절한 타이밍에 들어오는 바람에 히무로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지만, 아니 뭔가 미심쩍긴 했지만 딱히 크게 신경쓰지 않고 넘어가는 듯 했으나 아카시는 똑똑히 그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이건 명백히 말을 끊은거다. 그 누구도 아닌 무라사키바라 아츠시가, 아카시 세이쥬로의 말을. 아카시는 예상못한 반격에 작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가려는 자신을 바라보는 무라사키바라의 시선이 예전과 같지 않아서 아카시는 조금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



 “그럼 잘 가, 아츠시.”

 “내일 봐, 무로칭.”


 늘 히무로가 손을 흔들기도 전에 사라지는 무라사키바라였지만 오늘은 가지 않고 그 자리에 멀뚱히 서 있었다. 히무로가 싱긋 웃으며 뭐냐는 듯이 고개를 들어 무라사키바라와 눈을 마주쳤다. 말간 히무로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무라사키바라가 이내 흥, 하고 고개를 돌렸다. 무슨 뜻인지 알 길이 없었지만 늘 그렇듯이 어린아이 같은 투정일 것 같아 히무로는 무라사키바라의 팔뚝을 가볍게 토닥였다. 그제서야 무라사키바라가 발을 뗐다.


 무라사키바라의 커다란 등이 멀어지는 것을 보며 히무로도 자신의 오피스텔로 향했다. 평소와 같은 길이었지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무라사키바라의 앞에 낯익은 붉은 머리가 보였다는 점일까. 갑자기 나타난 아키였지만 무라사키바라는 마치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눈을 치켜떴다.


 “사이 좋아 보이네, 아츠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얼른 해, 아카칭.”


 재촉과도 같은 무라사키바라의 말에도 아카시는 그저 웃기만 할 뿐 말이 없었다. 결국 짧은 침묵을 못 견딘 무라사키바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무리 아카칭이라도 내꺼 뺏어가면 용서 못 해.”


 단호한 무라사키바라의 말에 아카시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공기 중으로 웃음을 흩날린 아카시가 이내 무라사키바라를 똑똑히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사람은 과자처럼 손에 쥐고 있다고 바로 자기 소유물이 되는건 아니야, 아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