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슬롯은 자신의 삶이 꽤 마음에 들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을 멋지게 해결하는 것도, 조금은 화려하게 차려입고선 멋들어진 대사를 뱉는 것도 모두 좋았다. 그저 희희낙락하며 의미 없이 살아가는 다른 귀족들과 다르다는 자부심도 어느 정도 있었다. 처음에는 마냥 낯설기만 했던 총의 감촉도 지금은 편안하게만 느껴졌다.
“자, 잠깐! 대체 누구… 윽!”
그래서 란슬롯은 망설임 없이 상대방의 이마에 총구를 겨눌 수 있었다. 가벼운 파열음과 함께 남자가 풀썩 쓰러졌다. 란슬롯은 옷깃을 정리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쓰러진 이들은 모두 여섯이었으니 임무는 이것으로 끝이었다. 멀린의 정보에 의하면 곳에 배치된 인원은 여섯이 전부였으니까. 우아한 손놀림으로 총을 다시 제 자리에 집어넣은 란슬롯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호수의 기사라고 해두죠.”
들을 순 없겠지만. 란슬롯은 혹 제가 실수한 것이 없나 주변을 면밀히 살펴보고는 곧 걸음을 옮겼다. 주위엔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시체 여섯 구만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을 뿐이었다. 어떤 흔적도 남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고 나서야 란슬롯은 그 곳을 떴다. 어려운 임무는 아니었지만 오래 기다렸던 탓에 피로해진 몸을 얼른 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느긋하게 걸으며 란슬롯은 뒤늦게 안경을 썼다. 연락이 닿자마자 멀린의 잔소리가 쏟아졌다. 란슬롯은 듣는 둥 마는 둥 고개를 끄덕이며 시간을 확인했다. 멀린의 목소리를 제외하면 작은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고요한 새벽이었다.
[란슬롯, 연락을 끊지 말라고 대체 몇 번이나 말해야 들을 건가?]
“몇 번을 말해도 듣지 않겠죠.”
란슬롯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저 너머로 멀린이 깊은 한숨을 내쉬는 것이 눈에 선했다. 이마를 짚으며 속으로 욕을 퍼부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도 란슬롯은 안경을 쓰고 싶지 않았다.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싫은 건 아니었고 다만 안경이 제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였다. 물론 어느 정도는 잔소리를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란슬롯은 가끔, 어쩌면 종종, 멀린의 말을 무시하고 제 판단으로 움직일 때가 있었으니까.
더 말을 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멀린도 잘 알았다. 일이년 보는 사이도 아니었고 고칠 수 있다면 진작 바뀌었을 것이다. 멀린은 쓸데없는 짓에 에너지를 소모하는 대신 얼른 돌아오라는 말만 남기고 통신을 끊었다. 서늘한 밤공기에 옷을 다시 고쳐 입으며 란슬롯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다지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라 란슬롯은 다음 날 점심 즈음 도착할 수 있었다. 어차피 거절할 것이 뻔하지만 멀린에게 같이 점심이나 하자고 제안 해 볼 생각이었다. 멀린이 예상대로 거절한다면 조금 전 제게 수줍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 한 여성과 같이 식사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란슬롯은 제게 호의를 보이는 사람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웃고 떠드는 시간을 제법 좋아했다. 물론 멀린을 비롯한 킹스맨 요원들은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란슬롯은 수장인 아서 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너무 딱딱하기만 하다고 생각하며 작게 고개를 저었다.
“란슬롯.”
저를 부르는 부드러운 음성에 란슬롯의 발이 멈추었다. 뒤를 돌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란슬롯은 마치 그린 듯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돌려 그에게 인사했다. 안 본지 꽤 오래 되어 퍽 오랜만에 입에 올려보는 이름이었다.
“갤러해드, 오랜만이군요.”
란슬롯은 과거를 그리워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는 늘 현실에 충실한 삶을 살았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과거를 떠올리게 되는 날은 분명 존재했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홀로 하늘을 바라보며 술을 기울이는 밤이라거나, 지금처럼 우연찮게 갤러해드를 만났을 때라거나. 란슬롯은 제 바닥 깊은 곳에 잠겨 있던 것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일은 잘 해결됐나?”
“물론이죠.”
가볍게 웃어 보이는 란슬롯에게 천천히 다가간 갤러해드가 그 앞에 멈추어 섰다. 똑바로 란슬롯을 바라보는 갤러해드의 얼굴이 미세하게 구겨졌다. 란슬롯은 갤러해드의 시선이 정확히 제 오른 손목을 향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란슬롯은 자연스럽게 오른손을 제 등 뒤로 숨겼다.
“여전히 깐깐하게 구는군요.”
“그런 경우에는 잘 해결됐다고 하지 않지.”
“경미하다고 말하기도 우스울 정도의 상처죠. 전혀 신경 쓸 거 없어요, 갤러해드.”
일부러 익살맞게 웃기까지 했으나 갤러해드의 표정은 여전히 풀어지지 않은 채였다. 책망보다는 미미한 걱정에 가까운 눈길이었으나 란슬롯은 그것이 썩 달갑지 않았다. 갤러해드 쪽이 저보다 더 잔뼈가 굵다고는 해도 란슬롯 역시 킹스맨이 된 지 17년이나 흐른 뒤였다. 란슬롯은 이 정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꾸하려다 그냥 입을 다물고 말았다.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갤러해드가 다른 이들보다 아주 약간 더 저를 신경 쓰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 날 일이 계속 마음에 걸려서겠지. 그를 향했던 갤러해드의 마음이 저와 온전히 같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갤러해드가 그 일에 무거운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이미 오래전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자식을 몰래 지켜볼 정도로, 아직도.
란슬롯은 리 언윈을 떠올렸다. 무려 17년 전의 일이었다. 하지만 란슬롯은 그를 바로 어제 만난 것처럼 생생히 그려낼 수 있었다. 구김 없이 환하게 웃던 얼굴과 밝게 인사를 건네던 목소리 따위가 여전히 란슬롯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었다. 통성명을 하던 순간부터 덧없이 끝나버린 마지막까지 모조리. 잊을 래야 잊을 수도 없는 기억이었다.
그는 같이 ‘란슬롯’이라는 이름을 두고 경쟁했던 라이벌이자 마음이 잘 맞는 친우였다. 다른 후보생들과 달리 리는 귀족 출신이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란슬롯과는 죽이 잘 맞았다. 란슬롯은 귀족의 우아함과 세련됨을 모두 갖추고는 있었지만 그들의 틀에 박힌 사고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란슬롯은 가진 것도 없으면서 귀족이라는 이름 하나로 다른 이들을 무시하거나 얕잡아보는 태도를 매우 꺼려했다. 귀족이라고 모두가 옳은 것도 아니었다. 란슬롯이 아주 부드럽게 그들의 잘못을 지적할수록 란슬롯은 그 테두리에서 점점 밀려났고, 자연스레 그 밖에 있던 리와 마주치게 되었다.
사실 란슬롯은 리의 진솔한 얼굴을 보자마자 그와 제가 아주 친한 사이가 되리란 것을 짐작했다. 그들은 정말로 속마음을 털어놓을 정도로 친해질 수 있었고, 마지막까지 후보로 남았던 것도 란슬롯과 리였다.
“이제 자네뿐이니 날 미리 란슬롯이라고 불러도 좋을 거야.”
“자만은 금물이지, 제임스.”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둘은 호쾌하게 웃었다. 란슬롯은 제게 얼굴을 부벼오는 강아지의 턱을 간질이며 마지막에 대해 생각했다. 둘 중 누가 란슬롯의 칭호를 얻게 되던, 이곳에 남는 것은 단 한명 뿐이었다. 킹스맨 요원이 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친해질 수 있을까? 더군다나 리는 귀족들의 사교 파티에 참석할 수도 없었다. 만나기 위해서는 따로 약속을 잡는 수밖에 없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란슬롯은 리 언윈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단순히 마음이 잘 맞는 친구에게 느끼는 호감을 뛰어넘을 정도의 크기였다. 종종 제게 닿아오는 리의 시선에서 란슬롯 역시 그가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적어도 란슬롯은 그렇게 생각했다. 란슬롯이 생각에 잠긴 사이, 가만히 지켜보던 리가 란슬롯의 손 위를 제 손으로 덮었다.
“제임스.”
아직 란슬롯이 아니었던 제임스는 리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올리브색 눈동자 가득 제가 담긴 것을 보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란슬롯이라는 이름을 받는 순간 제 마음을 털어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 속을 읽기라도 했는지 리는 곧 푸스스 웃어보였다. 란슬롯의 입술도 덩달아 호선을 그렸다.
각자 추천인과 함께 24시간을 보내라는 명을 받을 때까지 둘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보며 웃기만 했다. 그것이 마지막인줄도 모르고.
“멀린, 이게 뭐죠?”
“자네의 다음 임무.”
란슬롯이 양손을 들어 피곤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멀린은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어떠한 설명도 없이 자료 파일을 란슬롯에게 넘겨주었다. 란슬롯은 과장된 몸짓으로 고개를 저었다. 생각에 잠겨 있던 저를 깨워준 것은 고마웠지만 이렇게 바로 주어지는 임무는 사양이었다.
“그보다 먼저 해야 할 말이 있지 않아요?”
“설마 잘했다는 칭찬을 듣고 싶은 건 아니지, 란슬롯?”
“아직 아침도 먹지 못했단 거죠, 멀린. 실은 당신과 같이 점심을 하려고 생각했었는데.”
멀린은 어이가 없다는 듯 낮게 웃었다. 멀린은 하나하나 설명을 하는 대신 제 책상을 가리켰다. 그가 정리해야 할 자료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란슬롯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넉살좋게 대꾸했다.
“안될 것 같아서 미리 귀여운 여인과 약속을 잡아놓긴 했죠.”
물론 정확히 약속을 주고받은 건 아니지만. 란슬롯은 눈을 찡긋했다.
“그나저나 이건 뭡니까?”
란슬롯은 멀린이 건네준 자료를 뒤적이며 물었다. 다 들어본 적이 있는 사건들이었다. 배후에서 누군가가 약물을 이용해 실험을 한 것이 명백했으나 모두 심증일 뿐 물증이 없었다. 잔을 기울이던 멀린이 기다렸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확실하진 않지만 꼬리를 잡은 것 같네. 너무 크게 움직였다간 일이 커질 가능성이 있으니 가능하면 조심히 접근해야 해.”
“오, 조용히 처리해야 하는 일을 퍼시벌도 아니고 제게 맡기시는군요?”
“그는 따로 일이 있어서 말이야.”
흐음. 자료를 재빠르게 훑은 란슬롯이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서두르지 않으면 혼자서 식사하게 생겼군. 란슬롯은 여전히 그 여인이 그곳에 있기를 바라며 걸음을 옮겼다. 그대로 빠져나가는 란슬롯의 뒤에서 멀린이 중얼거렸다.
“란슬롯, 이번에는 안경을 쓰지 않아도 될 거야.”
“어차피 그럴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고맙군요.”
“기왕이면 자네 이름의 무게를 더 생각해주면 좋겠어.”
이번 임무가 조심스러운 만큼 딱 정해진 것만 해결하라는 소리였다. 란슬롯은 이제 본명보다 더 친숙해진 제 코드 네임을 혀로 굴려보았다. 문득 제임스라 불리는 제 이름이 그리워졌다. 저를 그렇게 호칭하던 이도 덩달아.
*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처리하라 했으니 란슬롯은 멀린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정말 조용히 움직이기 위해서는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는 것이 현명했다. 어차피 돌아오고 나면 곧장 멀린에게 보고를 할 테고, 굳이 그러지 않더라도 멀린은 알아서 상황을 파악할 것이 뻔했다.
어째서 가진 것도 없어 보이는 아놀드 교수를 납치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를 구출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유는 나중에 차차 물어보면 되겠지. 란슬롯은 하필이면 이렇게 추운 곳에서 일을 벌인 그들을 원망하며 걸음을 빨리 했다. 지금은 바람이 그쳤지만 언제 또 눈보라가 일지 몰랐다.
다행히 란슬롯은 꽤 일찍 그들의 거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무작정 들어가기 전에 란슬롯은 창문 너머로 몰래 그들의 동태를 살폈다. 아마 묶여있는 사람이 아놀드 교수일테고, 그 주위로 남자가 넷이었다. 머릿속으로 대충 그림을 그려낸 란슬롯이 여유롭게 문으로 다가섰다.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경쾌했다. 곧 문이 열리고, 미심쩍은 눈을 한 남자가 란슬롯의 앞에 섰다.
“설탕 좀 빌리러 왔다고 하면 안 믿겠죠?”
부드럽게 웃어 보인 란슬롯이 숨겨두었던 총을 바로 꺼내들었다.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남자의 배를 향해 연달아 쏘고, 연이어 달려드는 남자들도 차례로 때려눕혔다. 아놀드 교수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연신 눈을 굴렸다. 란슬롯은 아놀드 교수가 안심할 수 있도록 싱긋 웃었다.
“아놀드 교수, 제가 댁까지 모시죠.”
그렇게 놀라지 않으셔도. 란슬롯은 느긋하게, 여전히 벙찐 얼굴의 아놀드 교수에게 다가갔다. 그 너머로 다른 이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바닥에 쓰러진 남자가 셋이었으니 남은 하나는 62년산 달모어를 가지러 간 남자가 분명했다. 란슬롯은 소리 없이 그 앞으로 다가가 정확히 머리를 꿰뚫었다. 물론 잔이 떨어지기도 전에 살포시 낚아채는 것도 잊지 않았다. 코끝으로 스며드는 향이 좋았다. 흘리기엔 너무 아까운 술이었다.
이제는 아놀드 교수를 데리고 돌아가기만 하면 됐다. 란슬롯은 혀 위로 부드럽게 녹아드는 맛을 음미하며 멀린에게 연락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때, 찾아올 리 없는 이곳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제가 했던 것과 같은 음의 노크 소리에 란슬롯의 손이 우뚝 멈추었다. 순식간에 표정을 굳힌 란슬롯이 문 너머로 서있는 인영을 노려보았다.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란슬롯의 등골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런 적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정말로 끝이겠군 싶은 순간은 지금까지도 여러 번 있었다. 그 모든 순간들을 다 피하고 란슬롯은 이곳에 서있는 것이었다. 란슬롯은 제 이 예리한 감이 오늘도 빗겨나가기를 바라며 숨을 죽였다. 유리잔을 내려놓기 위해 근처 테이블을 곁눈질한 란슬롯이 조심히 시체 사이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마지막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윽!”
아주 날카로운 것이 제 온몸을 꿰뚫고 지나가는 것이 뚜렷이 느껴졌다. 말 그대로 끝이었다. 고통조차 느끼지 힘들 정도로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다. 란슬롯은 저를 베어버린 상대가 누구인지 눈에 담지조차 못했다. 17년간을 킹스맨으로 살아왔던 그가, 란슬롯이라는 이름을 내려놓아야 할 때가 덜컥 찾아온 것이었다.
눈도 깜빡하기 힘들 정도로 순식간이었으나 란슬롯은 그 마지막 순간에 리 언윈을 떠올렸다. 저보다 벌써 17년이나 앞서 간 친우였다. 란슬롯은 얼마 전에 갤러해드를 만났던 것도 상기해냈다. 모르는 척 하고 있었지만 그가 리의 아들을 몰래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다. 실은 란슬롯도 몰래 정보를 훔쳐본 적이 있었다. 사진 속의 소년은 아버지를 닮은 것 같기도 했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이제 란슬롯의 자리가 공석이 될 테니 모두 후보 추천을 할 테고, 그럼 갤러해드는 그 아이를 데려오겠지. 이제 더는 란슬롯이 아닐 제임스는, 마지막까지 그 아이를 직접 만나보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딱히 인사를 하고 싶은 것도, 너의 아버지를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란슬롯은 그저 두 눈으로 직접 아이를 보고 싶었다.
리 언윈이 이 세상에 남긴 유일한 흔적. 아이를 아주 샅샅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하게 살피고 머리에 새겨두고 싶었다. 그런다면… 그가 아버지와 같은 버릇이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을 텐데.
그러나 란슬롯은 이 모든 것을 어쩔 수 없이 갤러해드에게 맡기기로 했다. 눈을 감을 시간도 채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