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시, 요새 뭐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니?”
“아니? 그런 거 없는데?”
“정말로?”
“맨날 훈련만 받는데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리 없잖아.”
어깨를 으쓱하며 답하는 에그시는 정말 진심인 것 같았다. 웬 기분 좋은 일? 눈까지 동그랗게 뜬 에그시의 얼굴엔 정말 거짓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록시는 미심적은 눈으로 에그시를 훑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럴 리가 없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요즘 에그시는 어딘가 들떠 있었다.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실실 웃기도 했고 발걸음이 유독 경쾌하기도 했다. 록시는 영 믿기지 않는 눈치였으나 본인이 아니라고 하니 더 묻지 않기로 했다. 기분이 나쁜 것도 아니고 좋아 보이는 것을 일부러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록시가 말을 마치자 마침 문이 열리고 찰리가 들어 왔다. 록시는 찰리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에그시에게 가까이 다가와 속삭였다.
“그러고 보면 에그시, 요즘 찰리가 그다지 시비를 걸지 않는 것 같아.”
“그렇게 보여?”
록시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에그시는 생각에 잠긴 듯 눈썹을 찌푸렸다. 록시는 눈을 크게 뜨며 놀란 얼굴을 했다. 설마 못 느끼고 있었단 말이야?
“예전에는 틈만 나면 에기 에기 거리면서 이죽거렸잖아! 혹시 철이라도 든 걸까?”
“글쎄.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뭐, 나야 모르지.”
모를 리 없으면서 에그시는 천연덕스럽게 답했다. 록시의 너머로 찰리를 흘깃 보자 둘이 자길 빼고 무슨 얘기를 하는지가 궁금한지 찰리는 아닌 척 하면서도 힐끔힐끔 에그시를 훔쳐보고 있었다. 당연히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에그시는 한쪽 눈을 찡긋하며 아주 빠르게 윙크를 날렸다. 옆에 있는 록시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지만 찰리는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찰리가 저도 모르게 에그시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머. 난 호출이 있어서 잠깐 가볼게, 에그시.”
“그래.”
타이밍 좋게 멀린이 록시를 호출했다. 록시는 에그시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는 방을 나섰다. 그 사이 찰리가 에그시의 코앞으로 다가왔다. 얼굴은 잔뜩 찌푸린 채였다.
“방금 그거 뭐야?”
“뭐냐니?”
“윙크 말이야.”
“윙크가 윙크지 뭐야? 그것도 몰라, 찰리?”
“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
에그시는 찰리가 왜 제게 목소리를 높이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왜 저렇게 뭘 잘못 먹은 사람마냥 얼굴을 구기고 있는지도. 설마 윙크가 마음에 안 드는 건가? 에그시는 해리가 장난식으로 눈 경련은 그만 두라고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거울을 보고 한 적은 없는데 남이 보면 진짜 그렇게 이상한가? 곰곰이 생각에 빠진 에그시 위로 찰리가 말을 덧붙였다.
“그럴 때마다 내가 꼴린다고.”
“……와우, 끝내주게 돌았구나 너.”
설마하니 그런 대답이 돌아올 줄은 몰랐다. 에그시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오히려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에그시의 시선이 아주 자연히 찰리의 아래로 떨어졌다. 완전히 거짓말은 아닌지 조금 묵직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저를 바라보는 찰리의 뜨거운 시선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빛나고도 있었다.
이 미친놈이… 윙크 하나에 아래를 발딱발딱 세우고 그런단 말이야? 생각할수록 웃겼다. 에그시는 아예 보란 듯이 찰리를 향해 양쪽 눈을 번갈아 찡긋해보였다. 기다란 속눈썹이 나풀거리며 감겼다 뜨이는 것이 찰리의 눈에는 꼭 슬로우 모션처럼 보였다.
“이건 그냥 습관이라 나도 모르게 나오는 거야. 너 꼴리게 하려는 게 아니고.”
“알아.”
“알긴 뭘 알아?”
모르니까 아래나 그렇게 세워대지. 비웃는 듯한 말에 발끈한 찰리는 아니라고 변명하려 했으나 그 어떤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완벽히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마땅히 할 말이 없었다. 그 모습에 에그시는 또 깔깔거리고 웃어댔다. 배까지 움켜잡은 에그시의 눈가엔 눈물마저 맺힐 정도였다.
“알면 알수록 존나 웃겨, 너.”
에그시의 말에 찰리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괜히 말을 꺼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지난 일이었다. 대신 찰리는 고개를 숙여 에그시의 눈가에 조심히 입을 맞추었다. 에그시는 한쪽 눈을 찌푸리며 제 눈꺼풀 위로 닿는 도톰한 입술을 느꼈다. 입술도 아니고 눈이라니. 알고 보면 어떤 이상한 페티쉬라도 갖고 있는 거 아니야? 에그시는 이내 픽 웃으며 생각을 접었다.
따지고 보자면 찰리는 어느 하나에 집착하기 보다는 그냥 에그시 몸뚱아리 자체에 집착하는 편이었다. 여린 살점을 잘근잘근 깨물고 붉어질 때까지 물고 빠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말리지 않고 그대로 받아주면 정말 하루 종일 온몸의 모든 살을 붉게 만들 기세라 에그시는 달뜬 호흡을 정리하면서 찰리를 말려야 했다. 미친놈아, 그만해… 에그시가 푹 젖은 목소리로 애원할 때까지 찰리는 제 입술을 떨어뜨리지 않았다.
찰리가 양 눈가에 번갈아 입을 맞추고 났을 때 에그시는 그에 답하듯 발을 살짝 들어 찰리의 입가에 아주 가벼운 입맞춤을 건넸다. 찰리가 반응하기도 전에 이번에는 멀린이 에그시를 호출했다. 멀린의 목소리가 사라지자마자 곧바로 록시가 들어 왔다. 둘이 뭐하니? 록시의 질문에 에그시는 양 손을 으쓱 들어보였다.
에그시는 아무 일도 없단 듯 툴툴 자리를 털며 찰리를 지나쳤다. 그러고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는 찰리를 향해 눈을 휘며 흐드러지게 웃어보였다. 찰리는 숨이 턱 막혔다. 그치지 않고 에그시는 예쁘게 눈을 접어 윙크를 날렸다.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었다. 찰리는 옆에 있는 록시도 듣지 못할 정도로 아주 낮게 읊조렸다. 씨발.
진작 이럴 걸 싶을 정도로 찰리를 놀리는 것은 생각보다도 훨씬 재밌었다. 쾅 소리가 나도록 문을 닫고 나온 에그시가 킬킬거리고 웃었다. 저 문 뒤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을 찰리를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멀린에게로 향하는 에그시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사실 에그시의 그 습관은 좋아하는 상대에게만 보이는 것이었으나 에그시 본인도 그 점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
“어? 해리!”
여전히 웃음을 단 채로 안으로 들어선 에그시는 곧은 자세로 서 있는 해리를 보고 깜짝 놀라 외쳤다. 대체 왜 여기에? 에그시가 알기로 오늘은 해리가 임무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간 지 나흘 째 되는 날이었다. 이번에는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까지 말해왔었기에 갑작스러운 방문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예상보다도 일이 빨리 끝나더구나.”
“정말요?”
“에그시, 갤러해드. 둘 모두 모였으니 화면을 보시죠.”
에그시는 주춤거리며 멀린의 곁에 가 섰다. 에그시가 옆으로 오자 멀린이 기다렸다는 듯 자료 화면을 틀었다. 화면 속엔 웬 늙은 남자가 나왔고, 해리는 다짜고짜 그의 멱살을 부여잡았다. 에그시는 해리의 격양된 목소리에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알고 있는 걸 말해! 해리의 공격적인 말에 남자는 떨면서도 고개를 저었고 해리는 가차 없이 뺨을 날렸다. 에그시는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와우… 해리, 보기보다 손이 거친 편… 왁! 씨발! 해리, 저거 진짜예요? 진짜로 머리를 날린 거예요?”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에선 아예 퍼드득 튀어 올랐다. 해리가 멱살을 쥐어 잡은 남자의 머리통이 그대로 폭발했기 때문이었다. 에그시는 경악에 찬 얼굴로 무표정한 해리를 흘끔거렸다. 임무를 위해 냉정해지는 갤러해드를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에그시는 입을 다물 생각도 못하고 넋이 나간 사람처럼 해리를 보았다.
에그시가 얼굴을 펼 줄 모르고 있자 작게 한숨을 쉰 해리가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란다, 에그시. 에그시는 여전히 얼이 빠진 상태였고 결국 사이에 낀 멀린이 대신 설명을 해주었다.
“귀 밑 부분에 심어 놓은 칩이 열을 받아 폭발한 거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이걸 조사해야 하는 거고.”
“그럼 전 왜 부른 거예요?”
“지금까지 모은 자료로 유추해보건대 리치몬드 발렌타인의 소행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그러니 우리가 그쪽에 먼저 침입을 해야겠지.”
“발렌타인이요?”
평온하게 말을 잇는 멀린과 달리 에그시가 놀라 되물었다. 리치몬드 발렌타인은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의 유명인이었다. 거기다 얼마 전 그는 모두에게 무료로 인터넷을 평생 사용할 수 있는 유심칩을 뿌리기까지 했다. 에그시 역시 밖에 나가면 그것부터 사야겠다고 생각한 참이었다. 에그시의 머리에 떠오른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해리가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걸 쓸 생각은 하지도 말거라, 에그시.”
얼결에 에그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미 발렌타인의 유심칩은 널리 퍼져 온갖 호평을 받고 있었고, 이를 구매한 사람은 그 이상으로 많았다. 뉴스에서도 이를 왁자하게 떠들어댔었다.
“그가 하려는 게 대체 뭔데요?”
“자세한 것은 모든 것이 결정된 다음에 알려주마. 그러니 언제든 실전에 나갈 수 있도록 준비 하고 있어. 지난번처럼 못난 꼴은 보여주지 않았으면 좋겠군.”
멀린의 뼈 있는 말에 멍하니 서있던 에그시도 뻣뻣이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은 제대로 실감이 나지 않은 채였지만 심각한 표정의 멀린과 해리만 보아도 사태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전달 사항은 이것이 끝이었다. 에그시는 쭈뼛거리며 둘에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왜 굳이 저한테 먼저 설명을 해주는지는 몰랐지만, 에그시는 가장 먼저 제 어머니와 어린 동생을 떠올렸다. 아마 저걸 구입했을 텐데.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예상도 할 수 없었지만 부디 끔찍한 일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에그시는 입술을 깨물었다.
생각에 잠긴 채로 에그시가 돌아왔을 때 록시는 제 푸들에게 줄 먹이를 가지러 나간 상태였다. 얌전히 침대 위에 걸터앉아 있던 찰리는 에그시가 돌아오자마자 무작정 그를 불렀다.
“에기.”
“…….”
“어이, 에기!”
에그시는 조금 전에 보았던 그 끔찍한 폭발 장면을 계속 생각하느라 찰리의 말을 듣지 못했다. 행여나 제가 아는 사람이 그렇게 머리가 폭발한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에그시가 잔뜩 얼굴을 찌푸렸다. 찰리는 그런 에그시가 제 말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는지 아예 앞으로 다가가 목청을 높였다.
“에기!”
“아씨! 깜짝이야!”
바로 옆에서 소리를 버럭 지르는 통에 화들짝 놀란 에그시가 반사적으로 제 가슴을 부여잡았다. 찰리 쪽으로 고개를 홱 돌린 에그시가 눈을 부라렸다. 미친 새끼, 왜 또 지랄이야? 놀랐잖아! 에그시의 눈에 적힌 말을 읽으며 찰리가 머리를 쓸어 올렸다.
“부르면 대답을 해야지 왜 무시해?”
“언제 날 불렀어?”
“아까부터 계속.”
“웃기지 마. 에기는 내 이름 아니거든.”
에그시는 툴툴거리며 침대 위로 엉덩이를 붙였다.
“말이 나온 김에 이젠 에기라고 부르지 마. 짜증나니까.”
“그게 어때서?”
“어떠냐고? 그럼 넌 그 좆같은 뜻으로 불리는 게 좋아 보이냐?”
“아니, 이건, 나름대로… 그….”
찰리는 답지 않게 말을 더듬거렸다. 저보다 훨씬 아래에 있는 에그시가 보이도록 구부정하게 허리를 굽힌 채 찰리는 눈을 데구르르 굴렸다. 에그시는 치켜 뜬 눈을 가느다랗게 만들며 찰리가 또 무슨 생각을 하나 고민해야 했다. 오랜 망설임 끝에 찰리의 입에서 나온 말은 가관이었다.
“애칭 같은 거지.”
“…지랄.”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에그시는 어이가 없었다. 찰리는 오히려 그게 뭐가 어때서? 하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에그시는 찰리가 흥분하거나 부끄러울 때 목부터 빨개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찰리의 목덜미는 이미 울긋불긋했다. 에그시는 작게 혀를 찼다. 이런 헛소리를 하면서 왜 이렇게 민감하게 굴지?
“그렇게 따지면 넌 초콜릿 할래? 찰리.”
“뭐?”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찰리, 초콜릿. 완벽하잖아?”
에그시는 제가 어린 시절 흥행했던 영화를 떠올리며 웃었다. 아무리 삶이 힘들어 문화생활이라곤 즐기지 못했던 에그시라지만 그 영화 정도는 알았다. 기껏 해야 장면 장면을 몇 개 본 것이 고작이었으나 어린 눈에 그 화면은 환상적으로 다가왔더랬다. 사실 에그시는 영화를 보고 난 뒤 한 끼 식사 대신 황금색 포장지로 둘러싸인 초콜릿을 사서 아주 조심히 뜯어 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미약하게나마 두근거리는 가슴을 막을 수 없어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던 에그시는 찰리가 화를 내지 않는 것에 의아함을 느끼고 생각을 멈추었다. 에그시는 당연히 찰리가 지랄하지 말라며 단칼에 말을 자를 줄 알았다. 유치한 별명이기도 했고 이런 종류의 영화와 찰리는 어울리지도 않았다. 에그시는 진지하게 생각에 잠긴 찰리를 보며 얼굴을 팍 구겼다. 설마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 걱정대로 찰리는 진심으로 그 별명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초콜릿이라니. 퍽 달달한 호칭이었다. 허니처럼 연인들끼리 쓰는 말 같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우스웠지만 찰리는 솔직히 에그시가 저를 그렇게 불러주면 좋을 것 같았다. 혀끝에 닿는 그 발음은 묘하게 야한 느낌도 났고, 제법 사랑스러운 분위기마저 풍겼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둘만의 애칭 같았다. 다른 이들은 그 누구도 찰리를 그렇게 부르지 못할 터였다. 오로지 에그시만이 부를 수 있는 특별한 호칭.
“야, 찰리. 정신 차려.”
에그시가 찰리를 툭툭 쳤지만 찰리는 여전히 넋이 나간 상태였다. 에기의 뜻이 좋지 않다는 것도, 에그시가 그 호칭을 싫어한다는 것도 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굳이 에그시를 그렇게 칭한 이유는 하나였다. 에그시를 에기라고 부르는 건 저 뿐이니까. 그 별 거 아닌 사실은 찰리에게 특별한 감정을 선사했다. 마치 제가 에그시의 무언가 특별한 존재라도 되는 것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찰리는 나름대로 그것이 애칭이라고 생각했다. 정작 당사자인 에그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찰리는 그렇게 에그시를 부를 때마다 제 진심을 조금씩 싣곤 했다. 단순히 호감이나 흥미를 넘어선, 좋아한다는 감정을 담은 애칭. 우스운 생각이었다. 제정신이라면, 지금까지 완벽하게 살아왔던 찰리 헤스켓이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터였다.
“어이, 초콜릿씨. 정신 있어요?”
하지만 찰리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러기엔 이미 에그시를 너무 많이 담고 있었다. 제 가슴에도, 머리에도, 하다못해 혀끝에서도. 찰리는 고작 이름을 부르는 그 행위가 혀끝이 아릴 정도로 달달할 수 있다는 것을 최근 들어 절실히 깨닫고 있었다.
찰리는 장난치듯 저를 부르는 에그시의 입술을 한입에 삼켜버렸다. 갑작스러운 키스에 굳어버린 에그시를 두드리듯이 입술을 톡톡 건드리곤 열린 틈 사이로 혀를 미끄러뜨렸다. 언제 록시가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에그시 역시 찰리의 어깨를 끌어당기며 이에 응했다. 가끔 이런 식으로 어린 아이처럼 구는 찰리가 결코 싫진 않기 때문이었다.
찰리는 입술을 떼었다가 다시 겹치기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 갈급하게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이어지는 키스에 에그시는 푸스스 웃기만 했다. 하나도 빠짐없이 받아주던 에그시는 마지막 입맞춤 후엔 제가 먼저 찰리의 귓가에 쪽 입을 맞추었다. 이어 낮게 속삭였다.
“나도 같이 녹여줄 거야?”
말이 끝나자마자 찰리는 에그시의 목덜미에 이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