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 2.5D NOTICE GUEST


 “헤이. 오늘 밤에 찾아가도 괜찮지?”

 “비올라랑 약속 있는 거 아니었어?”

 “오늘 중요한 일이 생겼다고 하더라고.”

 “뭐야, 비올라한테 바람 맞으니 나 찾는 거야? 너무한걸.”

 “그럴 리가.”


 커크는 능숙하게 받아치며 여자의 푸른 손등 위로 짧게 입을 맞추었다. 꺄륵 터지는 웃음소리에 커크와 함께 걷던 맥코이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럼 이따 봐, 좋아, 둘은 금세 약속까지 잡고선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저를 기다리지 않고 성큼 앞으로 간 맥코이의 옆으로 쪼르르 달려온 커크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아침부터 오늘밤은 본즈 널 끌어안고 자야할지도 모른다고 선언하던 커크였다. 누군가와 함께 있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하는지 커크는 매일 밤 다른 이들의 품속을 찾아 들었다. 때로는 말 그대로 잠만 자기도 했고, 그러다 눈이 맞으면 서로의 살결을 어루만지며 더 깊은 관계를 맺기도 했다. 개구지게 웃는 얼굴이 매력적인데다 몸도 좋았으니 그런 커크를 마다하는 상대는 많지 않았다. 한 번 침대를 같이 쓴 뒤로는 종종 찾아와 같이 자자, 하며 눈꼬리를 아래로 축 늘어뜨리는 커크를 귀여워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여자라면 죽고 못 사는 사람처럼 굴었으니 커크를 달갑지 않게 보는 시선도 분명 있기는 했다. 가끔은 아예 대놓고 시비를 틀기도 했다. 쏟아지는 불쾌한 언사에 옆에 있던 맥코이가 기분이 다 나쁠 정도였다. 그와 달리 커크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질투하지 마. 나 남자도 괜찮거든.”


 그러면 보통 시비를 걸어 온 상대는 기겁해서 자리를 피하거나 커크의 태연한 모습에 질려 관심을 끄곤 했다. 아주 가끔 정말로 잠자리를 요구하는 남자가 있기도 했다. 커크는 딱히 거절하지도 않았다. 어쨌거나 커크는 길고 어두운 밤을 같이 보내 줄 이만 있으면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았다. 따라서 커크에게 호감을 가진 사람이든 반감을 가진 사람이든 그에게 느끼는 이미지는 다 비슷비슷했다. 그들이 보기에 커크란 이리저리 다 찔러가며 가벼운 생활을 유지하기에 바쁜, 머리 좋은 문제아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므로 제임스 커크가 저렇게 가볍게 구는 이유가 실은 자신이 너무 무겁기 때문이란 것을 아는 사람은 레너드 맥코이 뿐이었다. 그는 가끔 제 친우가 그 무게에 짓눌려 질식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실제로 그런 기미가 보일 때면 커크는 더욱 가벼운 웃음으로 무장하고 지나가는 여자들의 품을 파고들었다. 정말로 그러면 나아질까? 늦은 아침에야 돌아오던 커크의 다소 미안한 얼굴 너머에 자리 잡은 서늘한 어두움에 맥코이는 아마 아닐 것이란 답을 내렸다.


 심리학 같은 것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바로 옆에서 지켜본 결과 맥코이는 끝내 그가 심각한 애정 결핍이라고 확정지었다. 자세한 사정을 듣지는 못했어도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을지 대충 짐작은 갔다. 그런 조건들을 조합해보았을 때 이런 결론이 나오는 것도 무리도 아니었다. 제임스 커크라는 이름은 유명할지 몰라도 그의 삶은 그 눈부신 머리칼처럼 밝지 않고 어두웠을 것이다. 마치 맥코이의 부스스한 머리색처럼.


 “짐, 이건 오지랖이 맞긴 하지만 좀 물어보자.”


 관여하지 말자고 생각했지만 어느 날은 맥코이도 커크에게 직접 묻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또 무슨 잘못을 했는지 파이크에게 된통 깨지고 난 커크의 얼굴이 아주 볼만했다. 오늘은 밖으로 나갈 생각도 없는지 하루 종일 방안에 틀어박혀 침대 위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꼭 시위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맥코이 역시 오늘따라 할 일이 없기는 마찬가지라 그런 커크의 모습을 빠짐없이 보아야 했다. 답지 않게 조용한 커크를 보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기도 했으나 어쩐지 신경 쓰이는 구석이 있었다.


 울적한 얼굴로 한참을 가만히 있던 커크가 몸을 동그랗게 말고 시트를 둘둘 말아 제 몸에 감쌌다. 맥코이의 말에 얼굴만 빼꼼 내밀고 있던 커크의 푸른 눈동자가 맥코이에게로 향했다.


 “왜 한 사람에게 정착하지 않는 거야?”


 말하고 나서야 이미 한 사람만을 골랐다 버려진 제가 할 말은 아닌가 싶어졌지만 그 생각만큼은 진심이었다. 물론 저처럼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맥코이가 볼 때 여러 사람을 전전하는 것보다는 아예 사랑을 나눌 한 사람을 만드는 편이 더 낫지 않나 싶은 것이었다. 그럼 매일 오늘 밤을 같이 보낼 상대를 찾지 않아도 되고, 서로 사랑을 주고받을 수도 있을 텐데.


 “질려서 그래?”

 “아니.”


 스스로도 해봤던 고민인지 커크는 길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내가 질리기 전에 먼저 떠나는 거야.”


 버림받기 싫으니까. 서로의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방 안이 조용하지 않았더라면 커크가 덧붙인 마지막 말은 듣지 못했을 터였다. 맥코이는 늘 실실 웃고 다니는 눈앞의 남자가 안쓰러워졌다. 제 무게를 기꺼이 받아주고 언제나 감싸 줄 상대를 찾는 것이 두려워 일부러 가볍게 구는 커크의 노력이 처절해서 더욱 그랬다. 거절당하는 것의 두려움. 맥코이는 커크가 이미 버림받은 기억이 있다고 확신했다. 시리도록 푸르게 빛나는 두 눈을 보던 맥코이가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충동적으로 그를 안아버릴 뻔했던 맥코이는 가까스로 제 양손을 억누른 채 툭하고 대꾸했다.


 “…난 룸메이트를 바꿀 마음 없어, 짐.”


 고개를 돌린 탓에 커크의 얼굴은 시야의 끝자락에 겨우 걸릴 뿐이었지만 맥코이는 커크의 표정이 미세하게 달라진 것을 놓치지 않고 보았다. 그 순간, 커크의 안에서 무언가가 변했음을 맥코이는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



 커크는 그 뒤로 밤마다 밖으로 나도는 것을 그만두었다. 대신 혼자서는 잠이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뻔질나게 맥코이의 침대를 파고들었다. 정확히는 맥코이의 품을 찾았다. 그 덩치의 성인 남자 둘이 쓰기엔 침대가 비좁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커크는 꿋꿋이 맥코이의 침대를 점령했다. 처음에 딱 잘라 거절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한 번이 두 번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고 두 번은 세 번이 아니라 그냥 일상이 되었다.


 “짐, 더워.”

 “난 추운데.”


 낄낄거리고 웃은 커크가 일부러 더 맥코이에게 착 달라붙었다. 댐잇! 덥다는 말은 그냥 해 본 소리라 땀이 나지는 않았지만 커크의 뜨끈한 체온이 피부 위로 선연히 느껴지자 기분이 이상해졌다. 매번 이런 식이었다. 맥코이의 거절이나 잔소리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결국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구는 것이 커크의 사는 낙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래도 맥코이가 단호하게 나올 수 없는 것은 아주 살짝 스쳐지나가는 커크의 그 표정 때문이었다. 다른 이들이라면 눈치 못 챌 정도로 잠깐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맥코이는 분명 느낄 수 있었다. 커크는 자기 멋대로 굴어놓고는 살살 제 눈치를 보았다. 아마 자신이 냉정하게 거절한다면 다음부터 다시는 그러지 않을 터였다. 오히려 그 사실을 아니 품을 파고드는 이 꼬맹이를 거부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맥코이는 궁싯거리며 하는 수 없이 커크의 허리께 위로 손을 올렸다.


 밤마다 커크가 맥코이를 찾아 들었다고 해서 그가 다른 사람을 꼬시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지나가는 여자만 보면 습관처럼 달콤한 말이 줄줄 흘러나왔다. 여전히 그는 제 뻥 뚫린 공간을 메워 줄 사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맥코이의 눈에는 다 보였다. 그래봤자 거절이 두려워 시작도 하지 못할 바보면서, 커크는 질리지도 않고 지나가는 이들에게 추파를 던졌다.


 하루는 커크가 망연한 얼굴을 하고 돌아왔다. 또 교관들한테 지적이라도 받았나, 아니면 파이크 함장님께 혼이라도 났나 싶었는데 그 입에서 나온 말에 맥코이는 어이가 없어지고 말았다.


 “거절당했어.”


 커크는 정말 충격 받은 얼굴이었다. 오늘 하루를 같이 보내려 했던 여자한테 차였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거절 자체는 종종 있는 일이라 놀라울 것 없었지만 그 상대와 내용이 문제였다. 평소 커크가 찾아들 때마다 귀엽다고 좋아라했던 상대인데다 그녀는 커크의 가슴팍을 콕 찌르고선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있으면 나 말고 당사자를 찾아가는 게 낫지 않겠어?”


 커크가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어도 그러려니 했던 건 그가 진심으로 원하는 상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커크와 함께한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말 가벼운 만남에 지나지 않았기에 이어졌던 것이고, 커크는 바로 그 부분으로 거절당하는 일이 올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솔직히 커크는 어느 한 사람만을 원하는 자신이 두렵고 무서웠다. 그 미래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었으니까.


 뚱한 것도 아니고 조금 넋이 나간 얼굴로 앉아 있는 커크를 보며 맥코이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본능적 방어 기제가 제 생각보다도 훨씬 강력한 모양이었다. 밤마다 옆구리를 파고들어 가지 말라고 해놓고선 아직까지 이러고 있는 것을 보면 제 감정 하나 추스르지 못하는 꼴이었다. 꼬맹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어리다니! 맥코이는 제가 먼저 꺼내주지 않으면 커크가 먼저 말하는 일은 절대 없으리라 단언했다.


 “틀린 말은 아니네.”

 “본즈!”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을 거면서 맥코이가 맞는 말을 하자 커크는 입술을 댓발 내밀었다. 맥코이는 이참에 모든 것을 확실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짐, 대체 누굴 찾고 있는 거야?”

 “찾다니 뭘 찾아.”

 “밤마다 다른 사람을 옆구리에 끼는 이유가 뭔지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나도 몰라. 그냥 나는 ‘누군가’를 찾고 있는 거야.”

 “댐잇, 그게 무슨 소리야?”

 “나도 모른다니까!”


 커크가 빽 소리를 질렀다. 맥코이는 그에게로 한발 다가갔다. 모르는 게 아니라 모르는 척 하는 거겠지.


 “그래. 그럼 일단 나로 해.”

 “뭘?”

 “네가 찾는 그 누군가.”

 “…본즈?”

 “어차피 난 너한테 질릴 일도 없고, 룸메이트 바꿀 생각도 없으니까.”


 맥코이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커크는 놀란 듯 입만 쩍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너도 나도 서로 완벽한 사람이 아니니 부담스럽지도 않을 거고.”


 아예 시작도 하지 못한 사람과 한 번 실패한 사람. 서로 하자가 있으니 채워주면 되겠다며 맥코이가 너스레를 떨었다. 부족한 부분이 있는 사람들끼리 만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니 맥코이가 커크를 만나고, 커크가 맥코이를 만난 것은 우연이라 할 수 없는 이끌림에 가까웠다. 운명이라는 낯간지러운 말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제 이름이 본즈가 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었을 거라 여기는 맥코이였다.


 “짐, 어차피 밤마다 나한테 안겨서 자잖아.”


 커크는 답지 않게 우물쭈물하며 망설였다.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맥코이의 눈치를 보던 커크가 조심히 눈을 굴리며 꺼낸 말은 고작 이런 거였다.


 “나랑 같이 자는 거 안 싫어?”


 맥코이는 대답 대신 커크의 동그란 머리통을 힘껏 끌어안고 말았다. 그 언젠가 하고 싶었던 대로.



 *



 그 말을 했을 때부터 코가 꿰인 거지. 맥코이는 그 뒤로 확 달라져버린 커크의 태도에 적응하느라 꼬박 일주일을 썼다. 다른 사람에게 추파를 던지지 않는 대신 커크는 그 대상을 오롯이 맥코이에게로 돌려버렸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밤에 눈을 감을 때까지 달려드는 통에 맥코이는 휴식을 취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오늘도 실습이니 과제니 하는 것에 치인 맥코이가 녹초가 된 상태로 침대에 눕자 커크가 기다렸다는 듯 그 위에 올라탔다. 능숙하게 맥코이의 옷을 훌훌 벗겨내며 커크는 피로가 가득 자리 잡은 눈가에 키스했다. 맥코이는 너무 졸리고 피곤해 눈을 뜨기가 힘을 지경이었다.


 “댐잇, 짐, 제발 잠 좀 자면 안 되겠어?”

 “좋다고 그랬잖아!”


 거절 비스무리한 말이라도 할라치면 커크는 빽 소리를 높이며 그 때의 일을 들먹였다.


 “좋다고 대답하지는 않았어.”

 “…그래서 싫다는 거야?”


 이렇게 나오면 또 깨갱하고 꼬리를 내리는지라 더 몰아붙일 수도 없었다. 완전 억울하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맥코이는 습관처럼 제 위에 올라탄 커크의 허벅지 따위를 손바닥으로 쓸어내렸다. 몇 번 했다고 벌써 손에 익어버린 것 같았다. 댐잇. 살짝 구겨진 맥코이의 눈썹을 꾹꾹 펴내며 커크가 다시 한 번 물었다.


 “본즈, 싫어?”


 여기서 싫다고 대답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맥코이는 그냥 포기하고 커크의 옷 속으로 손을 쑥 집어넣었다.


 “아니. 그럴 리가.”


 쪽 소리가 나도록 맥코이에게 입을 맞추며 커크가 헤헤 웃었다. 정말 피곤해 쓰러질 것 같았지만 저 좋다고 안겨오는 커크를 거부하는 것은 무리였다. 물론 갈수록 피골이 상접하는 것도 사실이긴 했다. 어쩌면 꼴랑 뼈만 남은 이것마저 몽땅 뺏길지도 몰라. 맥코이는 제 목덜미를 핥는 커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지하게 생각했다. 그럼에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 자신이 우스웠다.


 “본즈으… 힘들다고 했지? 그럼 가만히 있어.”


 커크는 위에 올라탄 채 아래를 벗기고, 열심히 만져 세우고, 제 안으로 삽입하는 것까지 모조리 다 알아서 했다. 중간 중간 진득하게 혀를 섞기도 했다. 피곤해도 몸은 착실히 흥분했고 커크는 제법 만족스럽게 웃으며 신음을 내질렀다. 맥코이는 커크의 손가락 사이를 문지르며 흔들리는 몸을 제게 밀착시켰다. 곧 사정을 마치고 난 커크가 맥코이의 위로 쓰러지듯이 누웠다. 묵직한 몸을 밀어내지 않고 맥코이는 오히려 그 등을 끌어안았다.


 “아까 정리하다가 이거 발견했어.”


 숨을 고른 커크가 손을 뻗어 침대 옆 탁자에 놓인 무언가를 가져왔다. 손안에서 반짝이는 것은 맥코이의 반지였다. 새끼손가락에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작은 반지.


 “레너드 H. 맥코이….”


 잘 보관해두었다 생각했는데 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떨어진 모양이었다. 이름이 새겨진 그 반지는 맥코이가 어릴 적 부모님에게 받은 것이었다. 손이 큰 지금은 끼고 다니는 대신 소중히 한쪽에 놓아두고 있었다. 흐음. 반지를 손끝으로 문지르는 커크를 쓰다듬으며 맥코이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래, 내 이름은 레너드 호레이쇼 맥코이지. 본즈가 아니고.”

 “그러네.”


 그래도 넌 본즈라는 대답이 돌아올 줄 알았던 맥코이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웬일이래? 이마를 비비적거리던 커크가 고개를 들고 맥코이를 마주했다. 눈을 접어 베싯 웃는 커크의 얼굴이 단번에 들어왔다.


 “Home이었구나, 본즈.”


 눈부신 웃음이 얼굴 위로 쏟아졌다. 여전히 멍한 표정의 맥코이 얼굴 구석구석 꼼꼼히 입을 맞추며 커크는 계속 웃기만 했다. 일부러라도 집이야기를 피해가는 커크에게 정착이 어떤 의미인지는 맥코이가 더 잘 알았다. 맥코이는 커크의 손에도 맞지 않을 이 반지를 목걸이로라도 만들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마음을 알기라도 했는지 이내 커크가 맥코이에게 안겨 왔다.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커크의 무게가 꼭 그만큼 맥코이에게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