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 2.5D NOTICE GUEST

#킹스맨_전력 / 반지

*



 “에그시, 무슨 생각해?”

 “아무 생각도 안 해.”

 “눈이 한 군데 박혀서 움직이질 않는데?”


 곁으로 다가온 록시가 푸흐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 말대로 에그시의 시선은 조금 전부터 한 곳에 콱 박혀서 움직이질 않았다. 에그시의 시선 끝에는 멀린과 임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해리가 있었다. 에그시는 다리가 아프지도 않은지 한 자리에 우뚝 서서 해리를 거의 노려보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지겹지도 않은가. 록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에그시가 해리를 바라보고 있던 것은 맞았다. 에그시의 눈은 안경 너머에 가려져 있는 해리의 부드러운 눈을 보았다가 곧게 뻗은 그의 목선을 지나 단단하고 커다란 손으로 향해 있었다. 그 안에서도 에그시는 정확히 해리의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보고 있었다. 수수한 스타일의 금빛 반지는 임무용으로 주어진 킹스맨 반지가 아니었다. 해리는 임무가 없는 날이면 꼭 그 반지를 꼈다.


 그 반지가 무엇인지, 대체 누구와 맞춰 낀 것인지 에그시는 매우 궁금했지만 차마 물어보지는 못했다. 사실 물을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반지의 의미야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것도 왼손의 네 번째 손가락이었다. 그 해리 하트에게는 애인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한참을 바라보던 에그시의 등이 힘없이 굽었다.


 차라리 해리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누구와 사귀 길래 그렇게 반지를 애지중지하냐고 묻고 싶다가도 막상 다가가면 그 마음이 쏙 사라지고 말았다. 해리의 굳은 입매 끝이 자신을 보는 순간 슬쩍 위로 올라가는 것을 모를 정도로 에그시는 눈치가 없지 않았다. 에그시는 자신을 향한 해리의 호의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그래서 어차피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부질 없는 희망을 놓고 싶지가 않아졌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증표지.” 그런 대답을 들으면 정말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아서.


 후우, 에그시가 길게 한숨을 쉬자 옆에 있던 록시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언제나 활기차고 기운 넘치는 에그시가 한숨을 쉴 때의 원인은 단 하나 뿐이었다. 록시는 저 멀리 있는 해리를 곁눈질로 훔쳐보며 에그시 쪽으로 조금 더 다가갔다.


 “해리한테 혼나기라도 했니?”

 “…그런 거 아니야.”


 에그시는 짤막하게 대답하며 아예 자리를 피해버렸다. 마침 해리도 대화를 마치고 에그시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록시는 또 속으로 한숨을 삼키는 에그시의 옆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 흔들었다. 무슨 일이지?


 “다른 사람을 그렇게 노골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실례란다, 에그시.”

 “뭐야, 다 알고 있었어요?”

 “감출 의지조차 보이지 않던데.”


 뭐, 그건 맞는 말이라 에그시는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 해리는 더 이상 에그시를 지적하거나 질타하는 대신 살풋 웃어보였다. 그 인자한 미소에 에그시는 또다시 감정이 왈칵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순간적으로 해리의 손이 꼭 잡고 싶어졌다. 에그시는 충동적으로 손을 뻗으려다 해리의 손에서 반짝이는 것을 보곤 이성을 차렸다. 지금처럼 스승과 제자 사이로 있을 수는 있어도 그 이상으로 다가갈 수는 없었다. 에그시의 눈꼬리가 아래로 축 처졌다.


 “바로 출발해야 하는데 준비는 마쳤니?”

 “…물론이죠.”


 에그시가 힘없이 대답하자 잘 걷던 해리의 걸음이 뚝 멈추었다. 바닥만 바라보며 걷던 에그시가 두어 발짝 정도 앞으로 더 가고 나서야 뒤늦게 발을 멈추었다. 해리? 에그시가 고개를 돌려 의아한 시선을 던졌다. 해리의 얼굴은 미세하게 찌푸려져 있었다.


 “에그시.”

 “네.”

 “무슨 일이 있었니?”


 에그시는 해리의 말투에 걱정이 녹아 있다는 것을 느꼈다. 에그시는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해리를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았고, 제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 놓을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에그시.”

 “진짜로!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니까요. 늦을 거 같은데 빨리 가요, 해리.”


 다 티가 날 정도로 어색하게 웃으며 에그시가 해리를 잡아끌었다. 해리는 여전히 불만스러운 얼굴이었으나 마지못해 에그시의 뒤를 따랐다. 에그시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건물 밖에 미리 준비되어 있던 차에 후다닥 올라탔다.


 임무지로 향하는 내내 해리는 말이 없었다. 해리가 딱딱한 얼굴로 앞만 보고 있자 에그시 역시 할 말이 없어졌다. 무슨 말이라도 꺼낼까 싶다가도 굳어 있는 옆모습을 보면 말이 쑥 들어가고 말았다. 어색한 공기만이 둘 사이를 맴돌았다. 에그시는 결국 참다못해 아무 말이나 뱉어내고 말았다.


 “해리. 맨날 하고 다니는 그 반지는 뭐예요?”


 fucking. 말을 뱉자마자 에그시는 제 멍청한 입을 때리고 싶어졌다. 침묵 속에 있는 것이 어색해 아무 말이나 꺼냈는데, 이런 말이 튀어나올 줄은 저 자신도 몰랐다. 머릿속으로 계속 해서 반지 생각만 하고 있었더니 제 이성이 막기도 전에 툭 튀어나온 것 같았다. 에그시의 얼굴이 단박에 일그러지는 것과 동시에 해리의 눈썹 역시 작게 꿈틀거렸다.


 해리가 바로 대답하지 않자 에그시의 심장이 더욱 세차게 뛰었다. 침묵이 길면 길수록, 답을 고르면 고를수록 그 반지에 대한 의미가 크다는 것밖엔 되지 않았다. 에그시는 차라리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해리의 입을 막아버릴까 생각했다. 그런 대답이라면 정말 듣고 싶지 않았다.


 “그, 그냥, 반지가 너무… 심플하길래 눈에 보여서, 아니, 그게 아니라….”


 당황해서 허둥지둥 되는 대로 말했더니 더 이상한 말이 줄줄 흘러나왔다. 망했어. 젠장. 에그시는 그냥 달리는 차 문을 열고 뛰쳐 내리고 싶었다. 해리는 제 반지에 손을 올리고선 작게 미소 지었다.


 “그래, 에그시. 네가 본 것처럼 이 반지 자체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란다.”

 “……네?”

 “그 아래 더 소중한 것이 있지.”


 그게 무슨 말이지? 에그시는 해리의 말뜻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에그시가 멍청한 얼굴을 한 사이 차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해리는 더 이상 답을 해주지 않고 차 문을 열었다. 에그시는 몇 분 전의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바보 같은 존재일거라 생각하며 힘없이 해리의 뒤를 쫒았다.


 반지가 싸구려든 명품이든 그깟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쨌거나 해리 하트가 그것을 소중하다고 칭했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에그시는 다시 울적해졌다. 좋아하는 마음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다. 끝도 없이 커지는 마음은 에그시가 감당하기엔 버거울 정도였다. 그러나 제게는 희망이 없었다. 에그시는 어깨가 펴질 줄 모르고 더 움츠러들었다.


 시작도 전부터 이런저런 이유로 기가 죽어 있는 에그시가 실전에서 빠릿하게 움직일 수 있을 리 없었다. 제게 달려드는 적을 반사적으로 처리하고는 있었지만 에그시의 동작은 평소보다 확연히 둔해져 있었다. 당연히 해리 역시 그것을 알고 있었다. 해리는 더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정신을 빼놓고 있는 것보다 더 위험한 상황도 없었다.


 에그시 역시 제가 집중하고 있지 못하단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해리의 그 사람이 누구일까 하는 생각부터 어떻게 하면 이 마음을 억누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떠오르는 것도 다양했다. 할 수만 있다면 제가 그 사람이 되고만 싶었다. 에그시는 제가 좀 더 일찍 태어나지 못한 것까지 후회할 지경에 이르렀다. 끊임없이 생각을 이어가면서도 에그시는 눈앞의 적을 하나 둘 쓰러뜨려갔다. 그러나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대처할 수는 없었다.


 “에그시!”


 미처 뒤를 살피지 못한 탓이었다. 제게 날아오는 탄환을 피하지 못하고 에그시가 놀라 굳어 있는 사이, 멀찍이 떨어져 있던 해리가 놀라운 속도로 달려들었다. 해리는 무작정 에그시의 등을 확 떠밀었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에그시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 위로 해리가 끌어안듯 에그시의 몸을 덮었다. 얼떨떨한 에그시가 멍하니 있자 해리의 잔소리가 위로 쏟아졌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길래 바로 뒤에서 날아오는 것도 모르지?”


 크게 소리를 치는 것도 아니었지만 에그시는 단박에 그 아래에 깔린 분노를 읽어내었다. 서둘러 달려온 탓인지 해리의 머리칼이 죄 흐트러져 있었다. 에그시는 시무룩한 얼굴로 사과했다.


 “미안해요, 해리.”

 “사과는 가서 들으마.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으니.”


 해리는 바로 몸을 일으켜 탄환이 날아 왔던 방향으로 총을 쏘았다. 짧은 비명 소리와 함께 누군가 바닥으로 풀썩 쓰러졌다. 해리는 고요해진 주위를 샅샅이 둘러보았다.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누군가 숨어 있는 기색도 느껴지지 않았다. 해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넋이 빠져 있는 에그시와 함께 되도록 빨리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윽!”


 바로 그 때 따라 일어나려던 에그시의 몸이 다시 앞으로 기울었다. 에그시의 몸이 기우뚱거리자 해리가 바로 손을 뻗어 에그시의 어깨를 잡아 왔다. 다행히 에그시는 넘어지지 않았으나 그 덕에 해리에게 거의 안긴 꼴이 되었다. 어버버거리는 에그시의 양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러거나 말거나 해리는 표정을 굳히며 에그시의 다리를 살폈다.


 “어디가 다친 거지?”

 “아, 아니, 방금 그건 그냥 스텝이 꼬여서… 왁! 무슨 짓이에요, 해리!”

 “거짓말하기엔 아직 백년은 일러.”


 어색하게 대답하는 에그시를 무시하곤 해리가 에그시를 아예 뒤로 밀어 바닥에 앉혀버렸다. 해리는 에그시의 두 다리를 빤히 보더니 에그시의 오른쪽 발목을 집어 들었다. 우왁, 놀란 에그가 버둥거리는 것을 가볍게 제압한 해리가 구두를 벗겨내었다.


 “저기, 해리….”

 “조용히 하거라.”


 무어라 말을 하려는 에그시를 단호하게 거절한 해리가 아예 에그시의 양말까지 벗겨버렸다. 화들짝 놀란 에그시가 손을 뻗어 그런 해리의 손목을 붙잡아 왔다. 그는 평소답지 않게 무척 당황해 있었다.


 “해, 해리, 뭐하는 거예요! 진짜 괜찮다니까요? 아니, 그냥 제가 볼게요. 이거 놔요!”

 “…에그시.”

 “해리!”


 에그시는 거의 애원하듯 절박하게 외쳤다. 그러나 에그시가 해리를 만류하는 것보다 해리의 손이 더 빨랐다. 해리는 잘못 접질렸는지 그 사이에 부어오른 발목을 조심히 손에 쥐었다. 부은 정도가 심각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보다 해리의 눈에 더 빨리 들어온 것이 있었다. 에그시가 황급히 제 손으로 그곳을 가려보았지만 이미 해리의 눈에 선명히 들어온 뒤였다.


 “이게 뭐지, 에그시?”


 에그시의 발목을 조심히 들어 올린 채로 해리가 낮게 속삭였다. 에그시의 얼굴은 울상이었다. 젠장, 이런 식으로 들킬 생각은 없었는데. 에그시는 제 손바닥 아래에 또렷히 새겨져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았다. 떠오른 그 날 너무 기뻐 방방 뛰다가 넘어져 바닥에 머리를 쿵 부딪치기까지 했던 바로 그 이름이었다. 당장 달려가 말하려 했지만 해리의 손가락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 반지를 보고 결국 포기하고 말았던 그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에그시, 손을 떼렴.”

 “하지만… 해리…….”


 정말 안 된다는 듯 에그시가 고개를 저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해리의 시선은 그보다 더 단호했다. 무엇보다 에그시는 해리의 말을 거절할 힘이 없었다. 해리 하트 앞에서 에그시 언윈은 언제나 약자였다. 그건 그 이름이 발목에 떠오르기 훨씬 전부터 그랬다. 결국 에그시가 천천히 손을 거두었다. 그 아래에 숨겨져 있던 이름이 해리의 눈동자에 가득 들어찼다. harry hart. 명백한 제 이름이었다.


 에그시는 말없이 그 이름을 빤히 바라보기만 하는 해리 때문에 죽을 맛이었다. 절로 목이 탔고 손가락이 굽어들었다. 해리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몰랐다. 해리라면 언성을 높이거나 화를 내지는 않겠지만 그래봤자 결론은 하나였다. “미안하구나, 에그시. 내게는 네 이름이 없어.” 부드러운 목소리건 사나운 목소리건 그 안에 담긴 내용이 같은 이상 에그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었다.


 해리는 말없이 에그시의 발목을 놓아주었다. 아프지 않도록 아주 살살 힘을 풀어 바닥에 내려놓은 해리가 제 왼손을 들어보았다. 에그시의 시선이 자연스레 해리의 반지로 향했다. 어두운 실내에서도 제법 빛이 나는 반지를 해리는 에그시의 코앞으로 가져갔다. 에그시는 정말 울고 싶어졌다.


 “해리, 됐어요.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구요….”


 기운 없이 아래로 축 처진 에그시의 목소리 끝이 물기에 젖어 있었다. 해리는 돌아가는 에그시의 턱을 단단히 붙잡았다.


 “아니, 에그시. 너는 모르고 있어.”


 에그시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해리 하트가 세상에서 제일 미웠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잖아. 꼭 그렇게 비수를 꽂아야겠냐고. 에그시의 마음과 달리 해리는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대신 그는 에그시의 앞에서 천천히 반지를 벗어보았다. 해리는 미련 없이 그 반지를 바닥으로 떨구었다. 쨍, 소리를 내며 반지가 바닥을 굴렀다. 해리는 굴러가는 반지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반지가 아니라 제 네 번째 손가락에 꽂혀 있었다.


 에그시는 의아한 듯 해리의 눈을 보았다가 이내 그 손가락으로 시선을 돌렸다. 동시에 에그시의 입이 쩍 벌어졌다. 마치 문신을 새겨 넣은 것처럼 까만 이름이 동그랗게 손가락을 두르고 있었다. 반지로도 다 가려질 정도로 작은 글자였지만 에그시는 그것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알았다. 모를 리가 없었다. eggsy unwin.


 “해리, 이건…?”

 “네 이름도 모르는 거니, 에그시.”

 “아니, 그게 아니라! 대체 왜 여기에 제 이름이….”

 “아마 네 발목에 새겨진 것과 같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만.”


 그렇게 말하는 해리의 눈동자는 더할 나위 없이 진지했지만 목소리는 또 부드럽고 따스했다. 에그시는 멍한 눈으로 해리의 얼굴과 손가락을 빙 두른 제 이름을 반복해서 쳐다보았다.


 “미리 말해줬으면 좋았겠구나. 그렇다면 굳이 반지를 끼지도 않았을 텐데.”

 “…대체 왜 가리고 있던 거예요?”

 “나 혼자 네 이름을 갖고 있을 순 없잖니.”


 에그시는 서로에게 이름이 새겨지지 않은 경우 그 결말이 어떤지 대충 알고 있었다. 한쪽만 이름을 갖는다는 것은 퍽 비극적인 일이었다. 그렇기에 에그시 역시 해리의 이름을 가리려고 했던 것이고. 아마 해리 역시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에그시는 더 생각하지 않고 해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갑작스러운 포옹에 해리의 몸이 뒤로 휘청거렸다. 에그시는 해리의 어깨에 제 뺨을 부비적거렸다.


 “해리야말로 진작 말해주지 그랬어요….”


 감격에 젖은 에그시의 목소리가 잔뜩 들떠 있었다. 잠시 뒤 얼굴을 떼어 낸 에그시가 해리의 왼손을 꼭 잡아 왔다. 그러고는 제 이름이 둘러진 해리의 네 번째 손가락 위로 조심히 입을 맞추었다. 헤헤. 자기도 모르게 입맞춤을 하고 난 에그시가 부끄러운지 베싯 웃었다. 에그시의 뺨이 발긋해진 것을 말없이 보던 해리의 입술이 에그시의 입술 사이를 가르고 들어간 것은 순식간이었다. 에그시는 제가 늘 꿈꾸던 것이 드디어 현실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해리의 목덜미에 팔을 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