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 2.5D NOTICE GUEST

 아무래도 이타루씨랑은 같이 게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게임 하는 동안은 보통 게임 얘기 밖에 안 하지만 쿨타임 차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나 파밍만 계속 하고 있을 땐 다른 얘기를 하기도 한다. 오늘도 마스미가 감독한테 고백 했어, 오미가 만들어준 저녁 맛있었지 같은 거. 즉 하는 말이 매번 거기서 거기라는 얘기다.


 그 중에서도 유독 대화에 많이 등장하는 사람이 두 명 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애인 얘기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사쿠야는 봄조 리더이기까지 해서 더 자주 튀어나오는 편이다. 내 입에서도, 이타루씨 입에서도. 처음엔 별 생각 없었다. 내가 봄조 연습에 참가하는 건 아니니까 거기서 있던 일 말해주는 건 꽤 즐거운 일이기도 했고. 그런데 이게 갈수록 묘하게 거슬린단 말이지. 아니, 생각보다 엄청.


 “밤새 시트론이랑 연습 했나 봐. 둘이서 만담 했어.”

 “만담?”

 “시트론이 만담계의 일등성이 될 거라고 말했으니까.”

 “아니, 만담 페어 원래 츠즈루 아니었어요? 갑자기 왜 사쿠야?”

 “아마 같은 방이니까 연습하기 편해서? 생각보다 재밌었어.”


 뭘 하든 열심히 하는 놈이니 시트론의 갑작스러운 제안에도 힘껏 고개를 끄덕였을 게 뻔했다. 재미는 둘째 치고 나도 한 번 보고 싶긴 하다. 다음에 한 번 보여달라고 하면 해줄지도.


 그렇지만 역시 신경 쓰인다. 이 뒤에 답례로 다같이 봄조 둥기둥기회를 했다는 얘기 같은 걸 듣고 있으면 어쩔 수가 없다. 이 둥기둥기회는 사쿠야가 제안했다가 어느샌가 정착하고 만 봄조만의 시스템으로 뭔가를 했을 때 다같이 모여서 그걸 칭찬하는 시간이다. 젠장. 귀엽다. 그런 걸 생각하다니. 이걸 또 받아 들인 봄조도 봄조다. 가을조였으면 불가능하다. 절대로. 완전히. 다같이 모여서 효도의 연기를 칭찬하는 시간을 갖는다? 될 것 같냐! 우선 내가 무리다!


 어쨌든 이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나쁘다. 이타루씨 입에서 나오는 건 대부분이 “아닌 척 하지만 부끄러워 하는 게 눈에 다 보여서 정말 귀여웠지, 츠즈루.” 라던가 “츠즈루가 엄청 칭찬해줬어.” 라던가 “역시 결혼하는 게 좋지 않을까?” 정도지만 그래도 가끔 다른 애들 얘기를 하기도 한다. 이 사람도 생각보다 팔불출이라서 기본적으론 봄조 귀여워 상태란 말이지. 다른 사람 입에서 사쿠야 귀엽다 얘기를 들으면 좀 짜증난다고! 물론 귀엽지만! 안 귀엽다고 해도 짜증나겠지만! 그런 복잡한 심정이다.


 “이타루씨 왜 봄조인 거야.”

 “갑자기 뭐야?”

 “이타루씨가 사쿠야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얘기하고 있자니 기분이 별로라서.”


 마침 나온 몬스터를 향해 버튼을 연타하면서 말하자 옆에서 하하하 웃는 소리가 들렸다. 와, 기분 나빠. 어떻게 생각해도 나를 비웃는 소리다, 저건. 너 역시 어린애구나 이런 웃음 소리라고.


 “아니, 반대로 가정해도 불쾌하잖아요. 내가 츠즈루 자세히 보면 거짓말 할 때 왼쪽 눈 찡그리는 버릇이 있다 같은 걸 떠들고 있으면…….”

 “뭐야, 왜 반리가 거기까지 자세하게 알고 있어? 죽인다.”

 “거 봐.”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뚝 잘라 버리는 이타루씨의 목소리가 험악하다. 얼굴은 그 이상이다. 진짜 죽일 기세잖아, 이 사람. 그런 주제에 누굴 어린애라고 비웃는 거야. 하지만 역시 그렇다. 맞장구를 쳐주면 더 열심히 떠들게 되지만 그 이상으로 자세히 알고 있으면 역시 기분이 이상해진단 말이지.


 참고로 츠즈루 얘기는 예전에 이타루씨가 본인 입으로 말했던 거다. 다른 사람의 세세한 버릇을 하나하나 알 리가 없잖아. 님이 했던 말이거든요? 하고 나름 설명을 해주려는데,


 “우왓! 어이, 진짜로 죽이면 어떡하냐!”


 그 전에 내 캐릭터가 죽었다. 범인은 바로 옆에 당당히 서 있는 타루치다. 어디까지 유치하게 굴 생각이지, 이 사람?


 “하지만 실제 반리를 죽일 순 없고.”

 “당연한 소리를…….”


 이 정도면 밖에 나갔을 때 멀쩡해지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그보다 어떻게 할 거예요. 패널티 생겨서 다음 퀘스트 못 하잖아.”

 “쉴래. 마침 츠즈루 보고 싶어졌고.”

 “아, 예.”


 충전이 필요해. 바로 옆에서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도 같은 생각을 했다. 이번에는 정말 우리 둘만 아는 얘기 할 거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거니까! 나도 누군가에게 유치하다고 말할 처지가 아니지만, 진심이니까 어쩔 수 없다. 좋아하면 다 이렇게 된다고, 저번에 사쿠야랑 같이 본 영화에서 그렇게 말했었지. 그게 정답이다.